1. 본문

<미디어공공성포럼 성명서>

한나라당의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 발의에 대한 우리의 입장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결국 한나라당은 방송을 재벌과 신문과 외국자본에 넘겨주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인터넷에도 아예 재갈을 물리겠다는 심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지난 3일 한나라당은 신문법 개정안 등 7건의 미디어 관련 법률 개정안을 확정, 발의했다. 개정안에 나타난 집권 여당의 미디어 정책 방향은 우리가 우려했던 거의 그대로, 아니 더욱 위험한 방향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야당과 많은 시민단체와 언론 관련 단체와 학계 등에서 그동안 숱한 비판과 수정을 요구했지만 한나라당은 이를 깡그리 무시해 버렸다. 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수렴하기보다는 보란 듯 여론을 완전히 무시해 버리고 있다는 데서 실로 큰 분노와 함께 절망감마저 느끼게 된다.

한나라당의 개정안에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공적 영역이자 여론 형성의 장인 미디어를 어떻게 균형되게 발전시키고 유권자인 시민들을 위해 어떻게 이바지하게 만들 것인가 하는 의지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길이 없다. 시민을 위한 ‘광장’을 재벌을 위한 ‘시장’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만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미디어를 재벌기업과 신문재벌, 그리고 외국자본을 위해 ‘시장’ 바닥에 내놓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에서는 대기업의 방송 진출을 전면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지난 몇 개월간 우리 사회는 방송법 시행령상 종합편성, 보도전문편성 채널에 진출할 수 있는 대기업 기준의 완화를 놓고 진통을 겪어 왔다. 그러나 한나라당 안은 우리 사회가 그동안 해온 고민과 갈등을 한마디로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법안은 아예 재벌을 포함한 모든 대기업이 지상파 20%, 종합편성·보도전문편성 채널 49%까지의 지분 소유를 허용하고 있다. 신문에게도 이를 동일하게 허용하고 있다. 심지어 외국자본에게까지 종합편성·보도전문편성 채널 20% 지분 소유를 허용하겠다고 한다. 한미 FTA 체결을 주도했던 참여정부에서도 많은 갈등을 겪으며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던 외국 자본의 뉴스 관련 방송사업 진출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미FTA에서 현행 유보로 남겨 둔 지상파 방송사,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의 1인 소유지분 제한을 49%까지 올리겠다고 한다. 어느 것 하나 공공성을 위축시키는 것뿐이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조치는 전혀 발견할 수 없다. 자본으로부터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모든 장치를 제거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

신문법 개정안에서도 이미 헌법재판소가 여론다양성 보호를 위한 장치로 ‘합헌’ 결정까지 내렸던 신문과 방송 겸영 금지 조항을 삭제하고 있어 이미 여론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메이저 신문사들이 앞으로는 지상파, 보도채널, 종합편성채널 등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송 시장에까지 진출할 수 있게 했다. 향후 이들 신문사들의 여론독과점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은 뻔한 일이다. 여론의 다양성 없이 진정한 민주주의가 과연 성립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군다나 신문법 개정안에서는 인터넷 포털의 뉴스 서비스를 ‘인터넷 뉴스 서비스’로 분류해서 향후 신문법의 적용을 받도록 함으로써 인터넷 포털의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이 역시 인터넷에 대한 지나친 규제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한나라당의 정보통신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개정안에 담고 있는 ‘사이버모욕죄’는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개인의 의사 표현에 대해 규제가 가능하냐는 근본적 의문은 제쳐두고라도, 소위 ‘사이버 모욕’에 대해 형법의 모욕죄가 규정하고 있는 친고죄를 삭제하면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어 개인의 비판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피해자의 삭제 요청시 24시간 내에 조치 통보하여야 한다는 규정도 정부·여당과 권력에 대한 비판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마땅히 비판을 받아야 할 자가 피해자라고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상황이 민주주의란 말인가?

한편 한나라당의 정병국 미디어산업발전특별위원장은 최근 ‘국가기간방송법안’에 기초한 공영방송법안을 제출하겠다며, 공영방송은 수입의 80% 이상을 수신료에 의존하도록 하겠다고 하면서 그렇지 않을 공영방송은 민영화하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공영방송에 대해서는 국회가 예·결산 통제권을 가지도록 했다. 이런 주장은, 결국 제한된 수신료와 국회 예산 통제권에 동의할 수 없는 공영방송들은 스스로 알아서 민영화로 가라는 것이다. 그리고 앞서의 법률 개정안을 통해 대기업과 신문사의 지상파 참여가 가능해지면 그들로 하여금 민영화로 돌아서는 지상파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는 자신들의 버팀목인 재벌기업과 일부 신문재벌의 방송 진입을 위해 온갖 지혜(?)를 다 짜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에게 큰 떡 하나 주는 데 그치지 않고 방송을 통한 여론 장악까지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재벌과 신문이 방송에 진출하는 것 그 자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정부·여당과 재벌과 메이저 신문의 연합에 의해 우리 사회의 여론 시장이 일방적으로 장악되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따라서 우리 미디어공공성포럼은 우리 사회의 공적 영역과 미디어 공공성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한나라당의 이번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동시에 사회 전체의 공익보다는 일부 제한된 권력 집단의 방송과 여론 지배 및 장악 의도가 명백한 한나라당의 이번 개정안이 국회에서 졸속으로 처리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자 한다.

한나라당이 정치적 의도가 아니라 진정으로 방송 산업을 걱정하는 것이라면 진지하고도 신중한 사회적 논의 절차를 통해 공공성을 유지하면서도 방송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적절한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 한나라당이 의석수의 힘만을 믿고 일방적으로 개정안을 통과시키려 한다면 국민들의 저항을 야기할 것임은 분명하다. 우리 미디어공공성포럼도 한나라당 개정안의 졸속 통과를 막고, 사회적 동의를 받을 수 있는 적절한 대안을 찾기 위해 우리와 뜻을 같이 하는 여러 시민·사회 단체 및 개인들과 함께 지속적인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2008년 12월 8일
미디어공공성포럼

2. 관련자료

권귀순 (2008.08.19). 언론 자유 위협 맞서 미디어 공공성 포럼 뜬다: 미디어 학자 150여명 참여 다음달 5일 출범.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305332.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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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modified 2012-05-08 14:4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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